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Yoon sun kyung _ 윤선경
윤선경, 망상 공간, mixed media, 41x26x38cm.jpg

윤선경, <망상 공간 #1>, Silicon in acrylic box, 26x41x38cm, 2020.

  ‘화장실’이라는 공간은 배설이 행해지는 장소이다.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행위가 행해지는 공간이며,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사용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외부 사람은 들어올 수 없고 나가기 전까지는 사용자의 오롯한 공간인 것이다.
 
   먹고 배출하는 행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생리 현상이다. 하지만 나에게 화장실은 생리적 욕구에 의해 배설을 하는 곳보다 심리적 영향으로 인해 배설을 하는 공간의 의미가 더 크다. 체중 감량 이후 나는 식사 조절력을 상실하였고,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. 폭식 후에는 체중 증가가 두려워 스스로 구토를 유도하는 보상 행동을 하였고, 이런 행동이 잦아질수록 강한 자책감과 우울감이 수반되었다. 결국 다시 폭식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. 구토가 곧 심리적인 영향에 의한 배설이 되는 것이다.
   망상은 병적인 원인에 의해 사고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. 다양한 형태와 내용으로 존재하지만 나에게 망상이란 곧 살이 찔지 모른다는 과도한 두려움으로 인한 배설 행위이다. 이 망상에 의한 행위는 불안함, 절망 등 심리적 불안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방어 기제인 것이다. 이런 행위가 행해지는 화장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들킬지 모른다는 열등감에 따른 수치심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용이한 사적인 공간이었다.


   이런 병적인 습관은 곧 착각과 환각을 불러 일으켰다. 일상에서는 사회적 기능의 문제 없이 생활하다가 화장실로 들어와 구토를 하는 순간 망상의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이다. 화장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은 어느새 망상 속 이미지로 가득 찬, 망상 공간이 되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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